Scene
임신중인 여자친구가 사고를 당했다. 둘은 오랫동안 동거를 했고 결혼하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다하지 못한 채 여자는 뇌사상태에 빠져버렸다. 병원에선 여자는 살릴 수 없지만, 기계장치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한다면 아이는 살릴 수 있을 것이라 했다. 남자는 그렇게 하기를 원했지만 그 순간 여자의 친오빠가 나타났다. 그리고 아내를 위해 존엄사를 선택하기를 주장했다. 문제는 법원으로 옮겨졌다. 친권자인 친오빠가 실제적인 보호자이기 때문에 여자와 아이의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남자가 아닌 친오빠라는 게 법적 근거로 등장했다.
드라마 [굿와이프]에 등장했던 에피소드 중 하나다. 이 법정 에피소드에서의 관건은 누가 타인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이다. 결혼을 약속한 정인인가 혹은 친권자인 오빠인가?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뱃속에 있는 아이 때문인데, 태어나지 않은 아빠의 권리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겹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진다. 하지만, 그 어느 경우에도 여자도 아이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매듭지을 수 없다.
몸의 반대말은 정신이나 마음이 아닌 몸이 아니게 되는 것, 즉 죽음이다 . 그렇다면 몸의 결정권자는 누구인가? 몸이 사그라드는 과정, 죽음 이후에 덩그러니 남아 있는 육신을 처리하게 되는 것은 누구인가?
이 몸뚱아리의 처리 과정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닐 때, 그 몸의 결정을 위임받는 자들은 누구인가? 가족이거나 경찰이거나. 행려자의 경우라면 말이다.
사법권력과 더불어 이 친권,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은 그래서 무지막지하다.
가족이 절대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나의 몸의 존재 여부를 결정할 권리를 사법기관으로부터 양도받았기 때문이다.
'idea' 카테고리의 다른 글
The Value of Art and Art Workers (0) | 2014.12.16 |
---|---|
탈북자 영문표기 (0) | 2012.05.14 |
경제 위기와 글로벌 자본주의 (0) | 2012.04.19 |